[글마당] 노을의 층계
낮이 밤으로 올라서는 엘리베이터 층층이 발걸음이 멈추어 갇힌다 허기진 눈동자의 끝자락을 노을이 쥐고 있다. 고물 수레를 끌고 가는 남자의 시간을 따라 막 지난 버스의 먼지 자락에 끝을 노을이 쥐고 있다. 붉음은 여자의 이마에 줄기줄기 호박 넝쿨들 태열은 금관으로 꽃이 열리고 분홍은 회색을 미래로 쥐고 있다 밤이 낮으로 내려서는 엘리베이터 만남을 이별로 이별을 해후로 층층이 발걸음이 흩어진다 빈 손바닥이 허공을 감싸 보지만 노을이 온기를 쥐고 있다 굴레의 시작은 어제가 되고 끝은 미래가 되고 미래는 오늘이다 남자의 연고지는 몇 층에 있을까 여자의 연고지는 몇 층에 있을까 담을 수 있는 회상을 노을은 층층이 펼쳐 놓는다 임의숙 / 시인·뉴저지글마당 노을 층계 이별로 이별 호박 넝쿨들 먼지 자락